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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제 2편. 창호, 바둑에 빠져들다

판타마린 2005.07.30 07:53:17
조회 1057 추천 0 댓글 2


난생 처음 본 바둑판과 바둑알에 열렬한 호기심을 보인 창호는 할아버지 이화춘씨를 조르고 졸라 기어이 바둑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그때부터 이창호 9단은 20년의 세월을 바둑과 웃고 울며 때로는 더할 나위 없는 성취감에 기뻐하고 때로는 나아가지 않는 한계를 보고 좌절하며 그렇게 그렇게 지금에 이르게 된다.
물론...石佛, 포커페이스의 화신으로 불리는 이창호 9단은 겉으로 그 희노애락의 감정을 표출하지는 않지만...그도 인간이니까...(아닌가?-_-a;;;)

바둑을 처음 접한 당시의 느낌에 대한 질문에 이 9단은 말한다.

-바둑을 처음 접했을 때 느낌이 어땠는가? 혹시 지루하다고 생각지는 않았는지?
"재미있었다. 나도 모르게 점점 빠져들었다."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같은 놀이와 비교해 어땠는가?
"바둑을 배우고 나서는 그런 놀이들이 갑자기 시시하게 느껴졌다. 비교할 수 없는 재미가 바둑에게는 있었다. 그래서 밖으로 놀러다니는 일이 자연히 줄어들게 되었고 틈만나면 할아버지를 졸라 바둑을 계속 두었다."

-주변에서 말하기를 이 9단은 말이 너무 없어 때론 답답하기까지 하다는데 어릴 때는 어땠나?
"어릴 때는 그렇지는 않았다. 바둑을 배우기 전까지는 말소리도 컸고 친구들과도 잘놀았다고 한다.(이 9단 본인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다) 바둑을 배운 후 말수가 점점 없어진 것 같다. 성격도 다소 변한 것 같다.

-그동안 바둑을 두며 싫증을 느끼지는 않았나?

"그렇다. 나중에도 바둑에 싫증을 느낀적은 없었다."


...이 대답...상당히 이해하기 힘들다.
참말일까.
정말로 싫증을 느끼지 않았을까.

바둑을 보통, 특히 젊은 사람들이 멀리하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시간을 오래끌며 머리가 띵할 만큼 집중을 요한다는 점이다.
또한 겉보기에는 한없이 단순하기 그지없다. 그리 크지 않은 바둑판 앞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아 까만 돌과 하얀 돌을 번갈아가며 놓는 이 게임 혹은 스포츠는 비주얼의 화려함을 추구하는 요즘 세태와 비교하면...
이 어떻게 보면 따분하기까지한 놀이에(사실 바둑은 절대 단순하지도, 따분하지도 않다. 바둑에도 제한 시간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속기, 준속기 등도 존재한다. 그런 경우는 상당히 스피디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혹시나 본의를 오해할까 싶어 노파심에 적어 놓습니다.^^) 창호는 어떻게 그렇게 싫증한번도 안내고 눈도 돌리지 않고 빠져들 수 있었을까.

물론,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 스포츠, 작업 등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그런 행위들은 쉽게 질리지 않으며 즐겁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오바일지는 모르나 이 이창호라는 인물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싫증을 낸다. 좋아하는 것이든 싫어하는 것이든 말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인위적인 인내'를 알기에 이른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쉽게 싫증을 내기 마련이다.
그 무덥고 더운 여름날 뚱뚱하고 잠오는 눈을 한 아이가 바둑판 앞에 앉아 바둑돌을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느릿느릿 놓고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싫증' 그 자체다.
그런데 보고 있는 주변인들조차 짜증스러운 느낌을 들게 하는 그 행위에 정작 이창호라는 소년 본인은 싫증이 나지 않는다. 실로 괴이하기 짝이없는 일이다.

그가 바둑알을 집은지도 언 20년이 지났다. 그런데 그는 항상 고요한 표정과 함께 지금도 새벽까지 바둑판에서 멀어질 줄을 모른다. 더군다나 그는 당대에, 아니 어쩌면 고금 통틀어 적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세계 최강의 기사 이창호가 아닌가.
숱한 타이틀을 획득해가며 이미 바둑기사로서는 전례가 없을 만큼의 커리어와 명성을 쌓은 지금도 그는 한결같이 바둑에 몰입한다.
지겨워 할줄을 모르는 사람같다. 필부인 본인으로서는 이해가 안간다.
그에 비하면 네스는 얼마나 쉽게 싫증을 느끼는가...
탁구를 한참 재밌게 하다가도 어느 순간 재미가 없어지더니(주로 계속 지고 있을 때다...-_-;;;) 그만둔다.
시계를 보면 채 10분이 지나지 않았다.
공부를 하려고 책을 펴면 1분여 내에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는 순간...이미 동이 튼 후다.-_-
한참 히히닥 거리며 미친듯이 만화책을 열독하고 있는 네스를 보고는 네스의 아버지가 하신 말쌈...

"집에 불나도 웃고 있겠네, 그 자슥-_-"

허나 10여분 후 10여권에 달하는 만화책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이번엔 TV를 보며 방안이 떠나가라 웃고 있는 네스를 재발견한 네스의 부친은 다시 한마디 하신다.

"저거 뭐하는 거이고? 단디 돌았나?"


...-_-;;; 흐..흠...말이 샜다.
본론으로 컴백.



이창호는 인내 그 자체다.
삶 자체가 인내요 그의 바둑이 인내요 그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기자들의 머리 속에도 어느새 참을 忍자가 새겨지게 된다.(-_-;;)

그 유다른 끈기...그 끈기는 그의 바둑인생의 원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끈기는 어떠한 사리사욕의 목적을 가진 인위적 냄새가 풍기는 인내와는 격을 달리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길...자신의 모든 것...자신의 즐거움으로 대변되는 바둑 자체에 대한 무한한 몰입으로 인한 진정한 '인내'인 것이다.
그리고 그 유장한 흐름은 이창호를 세계 최고라는 위치로 올려놓았으며 그 운명의 강에 수많은 천재기사들의 눈물과 탄식, 그를 향한 외경과 존경이 흐르게 된다.

한국의 4천왕중 한명이며 최강의 공격수이자 '일지매'로 불리는 유창혁 9단의 말을 빌리자면...

"창호는 잠잘 때도 바둑만 생각할걸요. 그렇게 바둑만 생각하고 바둑과 호흡이 딱 맞게 태어난 사람은 다시 없을겁니다."



만9세에 높디 높은 프로의 관문을 뚫고 입단한 이창호 9단의 스승 戰神 조훈현 9단같은 기사는 누구나 그를 보며 단박에 천재라 칭송해 마지 않는다.
조 9단같은 기사는 어렸을 때부터 재기가 뚝뚝 흘러 넘쳤다.
바둑도 비호같이 빨랐으며 모든 행위가 스피디하고 리드미컬했다.
호기심도 많아 이것 저것 찔러보기를 좋아하며 또한 너끈히 잘 해내는 편이다.

조 9단은 어릴 적 일본에 유학하여 세고에 선생 아래서 바둑을 배우던 시절
만화를 보며 한참 놀다가도 스승이 그날 둔 바둑을 복기하라고 해보면 두지도 않은 바둑을 즉석에서 만들어낼 만큼 기지가 넘쳤다.

또 하나,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조훈현 9단은 체스를 몇 번 두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체스의 고수로부터 단 두판 만에 체크메이트(장기의 장군과 같은 것. 그러나 체크메이트일 경우는 게임의 끝을 의미한다)를 얻어낸 사람이다.

카드게임이나 심지어 스타크래프트까지 즐기고 또 꽤 잘하는 편이니 천재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분이다.
'비금도 천재기사' 이세돌 9단이나 승부사 조치훈 9단, 그리고 일본의 면도날 사카다 9단과 같은 번쩍이는 천재들이 조훈현 9단과 비슷한 경우다.

이런 자유분방한 천재들은 답답하고 형식에 얽매인 것을 싫어하며 다소 산만한 편이다.
당연히 어린 시절에야 신동 소리들으며 쾌활하기가 그지없을 것이다.


그런데 창호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위에서 언급했듯이-무더운 여름방학 내내 바둑판 앞에서 살다시피 했다.
한창 까부는 나이인 8살먹은 아이를 강제로 이렇게 시킬 수는 없다.
창호는 정말 바둑이 재미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무지. 많이. 아주. 매우. 무궁무진하게.

그렇다고 해도 그 생각만 해도 땀나는 열기 속에서는 아무리 재미가 있더라도 이윽고는 싫증을 내고야 말 것인데도...
마치 창호는 '싫증'이라는 개념을 상실한 것만 같았다.(^^;;)
창호의 불가사의는 바로 이 이해못할 '끈기'에서 시작한다.
보통 끈기라 하면 이성적으로 참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창호는-이 또한 앞에서 잠깐 말한 적 있듯-그 이성적인 인내에 수반되는 고통이 없었으니 얘기가 좀 다를 것이다.


어쨌든...
바둑을 통해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돈독해진다.
사실 창호의 할아버지 이화춘씨는 3명의 손자 중에 특히 창호를 사랑하셨다. 그 사실은 창호 본인도 지금까지 기억한다.
이화춘씨는 처음에는 창호에게 바둑을 가르쳐 주는 것에 소극적이었으나 점차 아주 적극적으로 변하셨다.

창호는 한달 후에 할아버지와 9점 치수바둑을 둘 수 있게 되었다.
허나 이것은 IQ 139라는 창호를 생각할 때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젊어서 먼 객지 생활을 하며 줄기찬 근검절약 정신과 사람들의 신용으로 말미암아 자수성가한 할아버지의 눈에는 무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고집이 드센 점이 자신과 닮아 유난히 창호를 이뻐했던 할아버지는 그렇게 묵묵히 말없이 바둑을 두는 사랑스러운 손자의 아래로 내리누른 눈에 한가득 담은 광채를 보고 모종의 영감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 글은 박치문님의 이창호 스토리에 제가 가지고 있는 기사, 컬럼 등과 제 사견을 덧입혀 쓴 글입니다. 그러니 100% 창작물은 아닙니다. 쉽게 말해 박치문님의 원본글에 스타일만 약간 입힌 겁니다.ㅠㅠ 혹시나 오해는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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