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 충분히 로봇이 처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음악이란 것도 봐라, 음의 배열이란 것은 외려 바둑의 착수 과정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작은 경우의 수다.

2~300년 전 서양의 클래식(미개한 동양 제외)을 필두로 현대 대중음악까지 몇만 곡의 음악을 알파고가 섭렵한다고 생각해봐라

바둑의 기보보다도 훨씬 익히기 쉽다. 왜냐면 음악은 뻔하고 뻔한 멜로디란 게 있거든. 참신한 음악이라고 해도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 틀을 벗어나면 음악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케이지의 4분 33초 인지 그런 시발 해몽으로 딸딸이치는 해괴한 음악밖에 안나온다는 이야기다.

결국 대중음악이란 것도 알파고가 손을 대는 순간 엄청나게 '듣기 좋은' 곡들이 수도꼭지에 물틀듯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류가 기껏해야 만들 수 있는 음악은 현대 미술처럼 해몽이 없으면 죽도 밥도 안되는 딸딸이용 음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좆간들은 한 10년 간은 일부러라도 인공지능의 음악을 거부한 채 케이지의 4분 33초 같은 음악을 빨아대겠지만..

결국 그들도 느낄 것이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수학이 만들어낸 음악적 아름다움과 그들이 분출시키는 도파민, 그리고 참을 수없는 쾌락을 말이다.

미술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미술은 벌써 음악이 겪게될 과정을 이미 겪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카메라의 발명, 사진의 발명이 지금 미술에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남겼는가.

사진의 발명과 함께 밑도끝도없이 추상화된, 대중과 유리화된 현대 미술의 처참한 몰골을 보아라.

지금의 미술은 인류가 여태 지녀왔던 보편적 아름다움을 완전히 거세 당한 채 대중과 격리되어버렸다. 

모든 예술의 종말은 그렇게 시작할 것이다. 로봇이 미적인 무언가가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기술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보편적 아름다움을 구현해내는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 믿는다.

로봇이 그러한 구현에 성공한다면, 아마 이 땅에 예술이라 불리는 모든 것들이 현대 미술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