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말하자면 난 바둑에 대해서는 군대에서 심심해서 조금 둬 본 정도임.

포석 책 좀 보다가 때려친 사람? 룰만 대충 알고있음.

그래서그런지 모르겠는데, 나는 오늘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참 의미가 크다고 느꼈어.

오늘 이세돌이 진건 단순히 알파고가 엄청 잘 만든 프로그램이다..... 라는게 아니라는거지.

내가 전공이 물리학이라서 이런 시각을 가지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대국은 우리 미래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것을 미리 보여준거지.

구글을 이 대국으로 자신들의 인공지능에 대해 엄청난 광고를 했어. 그것도 거의 돈 안들이고. 

이 알파고라는 녀석은 기존의 다른 바둑프로그램들과는 완전히 다르지. 바로 사람이 짠 코드에서 다음에 돌을 둘 곳을 찾는건이 아니라, 자신이 습득한 경험들을 토대로 자기가 스스로 다음에 돌을 둘 곳을 찾는다는거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성장해나간다는거야. 이건 정말로 엄청난거거든.

물론 저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오늘 본 그 결과들은 더욱 대단했지.

해설들의 말을 빌자면, 프로기사 대국에서는 나올수 없는 수. 혹은 지금까지는 생각도 못했던 수. 이러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수를 알파고가 찾을정도의 완성도를 이렇게 단시간내에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거. 엄청난거거든.

결국 오늘의 대국은 바둑에서만 의미를 찾자면, 인공지능이 인간과 최소 비등하거나 더욱 뛰어날 수 있다. 라는 것일수도있지만.

바둑을 떠나 생각해보면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못할일이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

충분한 경험만 쌓으면 인공지능으로 못할일이 없어지는거지. 그리고 우리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더욱 설자리가 사라지는거고.

오늘 대국에서 알파고는 시종일관 승리만을 위한 대국을 했다고 봐.

우상귀를 떼어줘도 그게 더 변수를 줄일 수 있다면 (자기가 이기는 한에서) 쿨하게 줘버리지. 난 그때 이세돌이 모니터보고 재확인하면서 해설들이 흥분할때. 알파고가 '실수' 를 했다고 말할때 그때 느꼈어.

'실수' 라는건 우리의 오만이 만든 표현이라고.

알파고는 승리를 향해 가는 약간 좁지만 좀 더 평평하고 빠른길을 찾은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기존의 관습과 지금까지의 경험이 발목을 잡아서 그걸 실수라고 생각하는거지. (물론 그게 가능한건 알파고의 계산능력이 뒷받침 되었겠지만) 여기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타나.

잘봐, 내가 본 해설들은 모두 경험에 속박되어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실수' 라고 판단했어. 결국 끝까지 '실수는 실수지만 승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실수였다.' 라고 했지.

하지만 알파고의 경우를 봐봐.

알파고는 경험이 많아져도 그 목적을 잊지않아. 어떤 수가 당장 이득이 되어도, 그 이득을 포기함으로서 승리로 가는 길이 더 굳건해진다면 (변수를 줄여서) 그길로 가는거지. 때문에 내 생각에 '실수' 라는 표현은 오만한 표현이라는거야. 그냥 살(약간의 집) 을 주고 뼈(승리) 를 취한것뿐이지.

여튼 오늘 대국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나에게 구글의 인공지능 (그리고 앞으로 나올 경험축적형 인공지능) 에 대한 확신을 심어줬어.

앞으로 영화속에서만 나오던 안드로이드 들이 나올날이 정말 머지않은거같다.

오늘은 정말 내 인생에서 생각을 틀을 깬 값진 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