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할 수도 있다. 다만 시간을 그렇게 많이 남겨둔 것(승부가 완전히 기울기 전에는 1시간 10분쯤이나썼나? 막판에 멘붕 모드로 흘려보낸 시간이 많으니)이나 뜬금없는 신수를 두었던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후자의 경우, 최철한 사범이 8수 전에 바둑이 망가졌댔지? 앞으로 포석에 신경쓰라는 최 사범 말이나 세계대회 결승처럼 둬달라는 김지석 사범 말을 보면 동료 일류기사들에게도 의아한(빡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왜 그랬을까? 그냥 이세돌이 워낙에 재미 중심이고 곤조가 있으니까...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이 판은 이세돌이 경험한 그 어떤 세계대회보다도 더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도 이 판의 무게를 모를 리가 없다. 결국, 짐작컨대, 이세돌 사범은 심리적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던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질 만한 상황\'을 만들어서 패배의 두려움을 회피하고자 한 게 아니었을까? 연말의 몽백합 결승, 얼마 전 신라면배 등 그의 독함을 소진시킬 만한 바둑이 너무 많았다. 이제 나이도 있고.
어쨌든 한번 졌으니 다시 절박하게 둘 수 있으리라고 본다. 다만 번기 승부에서 한 판 그냥 내주는 건, 비단 이번 대국이 아니더라도 좋은 전략이 될 수가 없어서 문제다. 오늘만해도 정석적으로 두는 게 남은 2-5국에 쓸 만한 정보를 얻기에 더 나은 방식이었을 것이다. 결국은 제대로 둔다면 대체로 두던대로 둘 수밖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