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시작한지 얼마 안됬는데요

바둑이 좋기 보다는 서먹한 부자지간 사이 좀 더 살갑게 다가가고 싶어서

아버지의 가장 큰 취미인 바둑좀 배워서

아버지 노년에 함께 바둑두면서 도란도란 담소나누고 싶어가지고

엄청 잘하는것도 아니고 그냥 어느정도 구실할정도만 해도 만족스러울겁니다.

그래서 타이젬을 들어가 무작정 두고있는데,

멘붕오는 게임이 거의 7~80%를 차지하네요.

뭐 제 나이 또래들이 그렇듯 지는거 싫어하고 성질급하고 그런것떄문이겠습니다만

이게 너무 잦은 빈도로 이루어지니 감당이 안됩니다.

적이 우리집에 찔러들어오면 '요것이 감히?!'하면서 먹어보려 하지만

진짜 요리조리 얄밉게 살아가서 집의 태반이 갉아먹히고

부글거리는 마음 뒤로하고 다음판에는 한번 따라해보지만 별 실속을 챙기지 못합니다.

바둑에 대한 문제들은 다들 사활문제처럼 이미 어느정도 진행된 형태의 공략을 다루지

아무것도 없는 허허 벌판에서 어떻게 진행해나가야 하는지,

큰틀을 어떻게 짜나가야 하는지, 거대 담론에 대해서 다루는건 보지 못한거 같습니다.

바둑 방송을 보며 프로들의 대국을 해설하는것도 보지만

어짜피 이런건 시청자들의 수준을 저같은 사람으로 고려하고 해설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도움도 안되죠.

'이래하는게 정석이고, 필연이고, 어쩌구...' 하지만

그냥 대충 모양의 느낌이 '그런가 보구나'는거만 느끼지

해설자가 어딘가에 돌 하나 놓고 '이래하면 뭐 젓치고 어쩌구 해서 막히고요'라는식으로 말하지만

문외한 이에겐 저 한수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감이 있을리가 없죠.

정말 게임 시작 50수가 고비입니다.

이 50수를 어떻게 무난하게 보내고 나면 괜잖은데 이 50수 안쪽에서부터 치고박고 싸우면서 손해가 누적되다보면 의욕이 무척 떨어집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