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적인 글이므로 별 생각없이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진지한 태클은 사양~

바둑이야말로 진정한 "효율"을 추구하는 게임이지만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바둑을 잘하는 것은 적어도 경제관념에 있어서는 극악의 "효율"이다.

바둑 세계 1인자를 예로들면 그의 소득은 한화 10억원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다른 직업군으로 따지면, 각 분야에서 굳이 최고가 되지 않더라도 10억을 버는 사람들은 너무 흔할 지경이다.

수많은 스포츠 선수들, 그리고 사업가, 일부 전문직종...

바둑기사들의 평균 수입을 따져보면 더 처참하여, 웬만한 기업체 다니는 평균 대한민국의 중년 남성의 수입만도 못한 것이 사실이다.

조훈현, 이창호 이후 그 저변이 확대되고 세계 최강을 달리며 수많은 도장들 또는 학원이 생겨나고, 세계대회도 많이 창설되고

대한민국이 2002년 무렵 세계대회 20연승을 달리며 전성기를 구가하였지만, 이제 옛 영광.

짱깨들에게 그 세력권을 내어주고 저변마저 약해진 지금 비씨카드배, KT배 등 굵직한 대회들이 없어지는 것만 봐도

바둑계의 위기는 우려가 아니라 현실 아니 이제는 결과물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바둑을 업으로 하는 이들의 삶이 궁핍해지는 것도 사실...

바둑밥을 먹고 사는 일이야말로 사실 효율이 가장 나쁜 일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프로의 세계에서 그래도 아직 20위 이내 정상권을 유지하는 기사들은 생계에 큰 걱정은 없지만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쫓아오는 후배들 앞에서

초조한 것은 그들 스스로가 더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마의 세계는 더욱 암담하여 한끝 차이로 프로가 되지 못한 안타까운 열매들부터 시작해서(만화 미생이 현실이라면 아주 잘 풀린 케이스)

전국의 수많은 기원, 그리고 도장의 선생님들 바둑밥을 먹고 산다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어졌다.

대개는 바둑을 떠나서 다른 일로 먹고 살고 있는 그들을 보게 된다.

잠깐 딴길로 새서 내가 아는 프로 아마 기사 중에 가장 부유한 사람 1명씩만 잠깐 얘길 꺼내보자.

창호, 세돌같은 정상권 기사를 빼고, 내가 아는 프로 중에 가장 부자는 C기사인데, 뭐 워낙 유명인이기도 하지만 사업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고,

블랙잭 카운팅이 가능할 정도의 명석한 두뇌를 가졌으며 대부분의 잡기에 능할 정도로 타고난 꾼이다.

그가 축적한 부의 대부분은 바둑과 관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아마기사 중에는 K사장이 압도적이지 않을까 싶다. 주식이 상장된 무역회사의 대표인데, 다 쓰러진 회사를 다시 일으켜 마지막 채권자까지 찾아가

끝까지 빚을 다 갚고, 그들을 오히려 후원자 삼아 멋지게 재기한 일이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대학OB바둑연맹회 그리고 모교 기우회 등 여러 바둑 모임에서 그저 바둑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사비를 털어서 까지 많은 기부(?) 활동을 해주시는데,

바둑계로서는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대개의 부자들이 골프, 해외여행 등 다른 취미활동(?)에 열중하느라 바둑에는 별로 투자를 안하는데, K사장은 유일한 취미가 바둑이니 바둑계로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둘의 공통점을 보면 역시 바둑에 대한 열정은 당연히 세계최강이지만 그들의 부는 여전히 바둑과는 별개로 축적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똑같은 재능과 가능성을 가졌다면, 세상이 그렇지 않으므로 바둑보다는 다른 일에 투자하는 것이 적어도 먹고 사는 일에 있어서는 훨씬 편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바둑이 너무 좋아서, 굶어 죽을 때까지 바둑만 하겠다는 사람은 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굳이 말리지 않겠지만, 다른 경우는 무조건 비추..

 글쓴이인 본인도 초등 때 처음 바둑을 처음 접하고 사부까지 모셨던 이력이 있으나(장명한 프로5단)

 바둑에 대한 길을 포기하고 학업에 매진하여 전혀 다른 길을 택했는데, 미생보다 바둑 실력은 훨씬 약하지만 인생은 좀 더 잘풀린 쪽에 속한다 하겠다.

한줄 요약 : 풍족하게 먹고 살려면 바둑은 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