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로 달까 하다가 글도 없고 해서 써본다.

보통 사람들이 서능욱사범 바둑을 보면서 패능욱이네 손오공이네 하고 이야기들을 하지.
마치 깡패나 무식하게 때려잡는 스타일로 오해하기 좋아.
그런데 사실 준키 바둑은 무리해서 싸움을 거는 바둑은 아니다.

준키사범 바둑 양상은 보통 이렇지.
포석에서는 항상 양화점을 기반으로 해서 철저하게 참는다.
집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매우 두터워.

재미있는건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이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잘 잠그면
준키는 실리로 반면 10~15집쯤 무난하게 진다.
이렇게 밀리는 판이 의외로 적지 않아.

그런데 형세판단이 잘 안돼서 조금 더 이득을 보려고 하거나
약간 무리성 수를 두거나, 곤마가 떠버리면 상황이 달라지는거지.
준키는 적었다시피 매우 두텁기 때문에 싸움이 나는 상황이 되면 매우 유리해져.
공격하기에 적합하지.
하물며 패라도 나게 되면 상대방에겐 팻감도 없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준키가 이기는 판은 패가 나서 상대가 크게 손해를 보거나,
상대의 무리로 인해 뼈가 부러지거나 하는 판인거지.
아마츄어는 이렇게 이기는게 참 좋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패가 나고 싸움이 일어나는 것만 보고
서사범바둑을 무슨 동네 깡패바둑처럼 여기고 바둑을 보는데,
사실 욕심을 부리는건 서사범이 아니고 상대방인거지.
서사범은 그걸 응징하는 스타일일 뿐인 것이고...

물론 이러한 응징도 적시를 찾는 감각과 기본적인 수읽기가 받쳐줘야 하겠지만,
원성진사범이나 철한사범처럼 격렬하게 수읽기를 바탕으로 해서 공격할 필요도 없고
유왕위나 조한승사범처럼 화려한 감각이 없어도 쉽게 이득을 취할 수도 있어.
아마츄어가 수읽기나 감각에 한계가 있으니,
서사범 바둑아 그나마 가랑이 덜 찢어지고 따라하기 쉬운 황새 스탈이란거지.

뭐 실리를 좋아하고 타개하는게 취미라면야 서사범 바둑이 적절하지 않겠지만,
아마츄어 공격형 바둑의 귀감이 서사범님 바둑이라고 생각해.

짤방 없어서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