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뿌리기 전
이게 뿌린 후
내 나이 15살 때 일이었다. 항상 키가 어중간 했던 난 반 단체사진때 올 해도 어김없이 중간열에서 무릎을 어정쩡하게 굽히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사 개새끼 태양볕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으라니 당연히 정면을 바라볼 수 없었고 고개를 숙이고 눈만 위로 치켜뜬 사진이 나왔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중간열의 사진중 내 머리만 빛을 반사하여 하얗게 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탈모의 시작이었다. 스포츠머리라서가 아니고...
입시를 겪고 탈모는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내가 앉아있으면 누가 지나가면서 내 정수리를 보기라도 하면 선배 후배 엄마 아빠 아저씨 아줌마 모두
걱정을 하며 윗머리를 보고 아 씨바... 심각하구나를 느꼈다. 그래도 그냥 시중에서 파는 탈모샴푸나 사서 썼는데 정말 심각하단걸 깨달은게 2년전
24살때였지. 씨발 후둑후둑 떨어지는 머리칼에 거울에서도 느껴지는 허연 땅바닥! 그러나 난 사회생활을 해야했고 병원에 부을 돈은 없는
시험충이었다. 모든 비용은 시험과 생존에 쏟아붓고 있었고, 더 심각했던 치아교정-임플란트에 이미 많은 돈이 지출되는 상황이었지
그렇다고 누가 볼 때마다 내 머리를 보며 안도하길 바라는것을 계속하는 일은 지긋했다. 그러다 발견했다 뿌리는 흑채 스프레이
처음에 접하고 사용했을땐 오지게 떡지게 뿌려서 툭툭 털면 검은가루가 마구 뿌려져 와이셔츠 어깨에 까만눈이 쌓이곤 했지만 이젠 남이 보고
탈모를 알아차릴 수 없는 정도로만 뿌린다.
장점이라면 역시 더 이상 누가 날 보자마자 정수리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대의 스트레스가 하나 사라졌고, 내 삶은 조금 바뀌었다.
또 기술의 발전으로 방수가 되니깐 겨울에도 박명수처럼 대역죄인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역시 신경쓰이긴 한다.
단점은 그대신 오지게 많다. 한 통에 2만원돈이 넘어가는 이 빌어먹을 스프레이는, 반통도 못 쓰고 막히는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특히 뿌리는게
갈 길 바쁜 출근시간인데, 막혀서 안 나오면 아침부터 깊은 빡침과 함께 바늘을 분사구에 꽂았다가 빼고 알콜 솜으로 닦아보기도 하고 별 지랄을
다 해본다. 그래서 나오면 다행이고, 안 나오면 씨...발... 10개를 사면 10개는 분명 사용 중 한 번은 막히고, 5개는 반통밖에 사용하지 못하며
나머지 2개는 세번 사용하고 던져버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오 피꺼솟! 결국 출근할때나 여자 만나러 갈 때 빼곤 안 쓰게 된다.
자주 안 쓰게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이게 모발에 달라붙는 검정 가루 같은 것이라서, 왁스나 헤어스프레이처럼 일종의 풀이다. 그래서 샴푸로
감고나면 끈적함이 남고 머리카락끼리 엉키게 되는데 이게 또 머리를 빠지게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난 린스도 쓴다. 린스 안 쓰면 엉켜서 난리가
난다. 어느새부터 린스쓰는 남자가 되었다. 왠만하면 근원적인 치료를 해야한다. 프로페시아 열심히 먹고 급할때만 뿌리고 나가는게 맞지만
한 번 맛 들이면 안 뿌리고 외출을 못 한다. 아니면 모자쓰고 나가게 되니 이게 또 악순환이다.
그리고 방이나 화장실에서 주로 뿌리는데, 이게 역시 스프레이니까 바닥에 달라붙는다. 물도 아니고 풀에다가 검은색이니 맨발이나 양발로 돌아다니면
발이 시커멓게 되어있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화장실에서 뿌리면 타일과 착색되어서 왁스를 한 통 써야할 정도고, 머리를 숨기기위해 여러모로
포기해야할 것이 많다.
그리고 헤어 스타일링도 어느정도 포기를 해야한다. 난 항상 가르마를 태워 안그래도 개노안이 완전한 노안이 되었다. 가르마를 만들고 뿌려야 조금이라도
덜 쓰니깐 ㅡㅡ
암튼 흑채 쓰던지 말던지 알아서 해라 난 쓰다가 못 쓸정도로 머리가 민둥산 되면 싹 밀고 다니던지 아니면 가발을 쓰던지 해야겠다.
장가도 못 간 26살인데 씨바 제발 취직할때까지만이라도 버텨야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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