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무거운 어깨

종민은 중학교 때부터 자기가 좀 다르다고 느꼈다. 다른 애들은 가벼운 공책 한 권 들고 다니는데, 자신은 매일 밤마다 학습지를 들고 씨름했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해석하려고 애썼지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누구는 쉽게 푸는 문제를 맞닥뜨릴 때마다 그는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공사장으로 나갔다. 남들보다 일찍 돈을 벌기 시작했으니 부모님께 조금은 자랑스러워지고 싶었지만, 사회에서도 남들은 다 자기보다 더 앞서 나가는 듯했다. 어느 날 동료가 일을 하며 농담을 던졌다. “야, 너도 이제 영어 좀 공부해라. 요즘은 영어도 해야 돈 더 받는다던데.” 그 말에 종민은 씁쓸하게 웃었다.

종민은 집에 돌아와 어둑어둑한 방에서 혼자 맥주를 깠다. ‘나도 어렸을 때 한 번쯤은 영어 잘하고 싶었지,’라며 생각했다. 마음 한 구석엔 아직도 “내가 좀 더 열심히 했으면…” 하는 미련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 찌들어, 노력이란 건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한 말처럼 들렸다.

그래서 그날 밤, 익숙하게 손을 타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서 썼다. “노력은 대가리 타고 난 놈들만 하는 거야. 공부 못 하는 놈들은 시간 낭비하지 말고 차라리 일이나 해라.”

그가 그 말을 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못다 한 꿈이 거기 묻어 있는 걸 알고 있었다.